치루 수술 후 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
치루 수술의 핵심 갈등은 재발 방지와 괄약근 보존 사이의 저울질입니다.
누관이 괄약근을 얕게 지나는 저위형과 깊게 지나는 고위형은 수술법 선택이 달라집니다.
완전절개술(fistulotomy)은 재발률이 낮지만 괄약근 손상 위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괄약근보존술은 실금 위험을 줄이는 대신 재발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수술하면 재발은 안 되는 거죠? 근데 변실금 생긴다는 글도 봤어요." 진료실에서 치루 진단을 받은 환자분들이 유튜브에서 수술 후기 영상을 찾아보고 오시면 꼭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묻습니다. 재발 없이 완전히 없애고 싶다는 마음과, 괄약근은 절대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 사실 이 두 가지는 치루 수술에서 서로 팽팽하게 당기는 저울의 양쪽 추입니다. 어느 한쪽을 완전히 만족시키면 다른 쪽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수술을 설계할 때마다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치루 수술 후 괄약근이 손상되면 정말 변실금이 생기나요?
괄약근 손상이 곧바로 변실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손상된 근육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가스나 액체 변을 참기 어려워지는 정도의 후유증은 실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문에는 내괄약근(internal anal sphincter)과 외괄약근(external anal sphincter)이라는 두 개의 근육 층이 있는데, 치루 누관이 이 근육을 얼마나 깊이 통과하느냐에 따라 수술 시 절개해야 하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누관이 근육의 얕은 부분만 지나는 경우라면 절개해도 기능에 큰 영향이 없지만, 근육 전체를 감싸듯 깊게 지나는 고위형 치루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경우 완전절개를 강행하면 근육 자체의 연속성이 끊어져 조임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보다 수술 후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체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 끝에 근육 결을 느끼면서 여기를 자르면 재발은 안 되겠구나 싶다가도, 동시에 이걸 자르면 이분이 몇 달 뒤에 가스도 못 참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같이 들거든요... 그 찰나의 갈등이 매번 똑같이 무겁더라구요."
완전절개술과 괄약근 보존술, 어떤 기준으로 나뉘나요?
두 술식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누관이 괄약근을 지나는 위치와 깊이이며, 여기에 재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환자의 상황이 함께 고려됩니다. 저위형처럼 근육 손상 위험이 낮은 경우는 완전절개술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고위형이거나 여성의 전방부처럼 괄약근이 얇은 부위는 처음부터 보존적 접근을 우선 검토하게 됩니다.
구분 | 완전절개술 | 괄약근보존술(seton, LIFT, 점막피판술 등) |
|---|---|---|
적용 대상 | 저위형, 괄약근 침범이 얕은 경우 | 고위형, 괄약근 침범이 깊거나 넓은 경우 |
재발 가능성 | 상대적으로 낮음 | 상대적으로 높음 |
괄약근 손상 위험 | 침범 깊이에 따라 존재 |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 |
회복 방식 | 개방 창상, 자연 치유 | 단계적 처치 또는 조직 봉합 |
이 표에서 보듯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 누관의 해부학적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는 진단 과정 자체가 선택의 절반 이상을 결정짓습니다.
"이 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사실 환자분 입장에서는 재발이든 실금이든 둘 다 무서운 단어잖아요. 그래서 저는 늘 두 가능성을 다 솔직히 말씀드리고 같이 정하려고 해요."
재발과 실금, 두 위험 중 무엇을 더 조심해야 하나요?
정답은 어느 하나를 무조건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누관 형태와 생활 여건에 맞춰 위험의 우선순위를 다르게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발은 다시 수술로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광범위한 괄약근 손상으로 인한 실금은 이후 되돌리기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임상 현장에서는 진단 단계에서부터 항문초음파나 MRI로 누관 경로를 최대한 정밀하게 확인해, 괄약근을 얼마나 보존하면서 감염원을 제거할 수 있는지를 먼저 그려봅니다. 특히 반복 수술 경험이 있거나 이미 한 차례 절개를 받은 경우라면, 남은 괄약근의 여유를 계산하는 과정이 처음 수술보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발해서 다시 오신 분들 보면, 처음 수술 때 조금만 더 보존적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어요. 근데 그때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매번 최선의 저울질이었을 거란 걸 저도 아니까...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치루는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질환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누관의 경로를 제대로 읽어내는 데 시간을 들이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한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당장 증상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가장 확실해 보이는 방법을 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단을 정확히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과 보존 사이의 무게를 함께 가늠해보는 그 과정 자체가, 몇 년 뒤의 삶의 질을 바꾸는 진짜 변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작성자 이경록 외과전문의 · 수원항문외과 아주항외과의원
이경록 원장은 아주대학교병원 외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외과전문의로, 10년 넘게 대장항문 진료에 집중해 왔습니다. 5,000례 이상의 항문수술과 5,000건 이상의 대장내시경을 직접 집도하며 진단부터 회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집니다. "수술이 가능한가보다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판단한다"는 원칙 아래,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고 필요한 경우 리가슈어·미추마취 기반의 부담 적은 수술로 접근합니다.